빌 밀러처럼 투자하라 – 15년간 시장을 이긴 가치투자의 전설
서론
투자 업계에서 ‘지속성’은 가장 말하기 어렵고 이루기 힘든 가치입니다. 특히 변동성과 예측 불가능성으로 가득한 주식 시장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장에서 15년 연속으로 S&P 500을 능가한 펀드매니저가 있습니다. 바로 빌 밀러(Bill Miller)입니다.
그는 미국 리전트 밸류 트러스트(Legg Mason Value Trust) 펀드를 1991년부터 2005년까지 운용하며 15년 연속으로 시장 수익률을 초과 달성하는 경이로운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이 기록은 월가에서도 전설로 불리며, 가치투자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뒤흔든 사례로 꼽힙니다.
빌 밀러의 전략은 단순히 저평가 주식을 고르는 것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가치'의 정의를 재해석하고, 기술주 같은 전통적인 가치투자자가 꺼리는 영역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했습니다. 그의 전략은 보수적인 전통 가치투자와는 다른, 현대적인 유연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빌 밀러의 투자 철학과 15년간 시장을 이긴 전략을 중심으로, 그가 어떤 기준으로 기업을 선택했고, 왜 그 전략이 시장에서 통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남기는지를 친절히 풀어보겠습니다.
본문
1. 가치의 정의를 다시 쓰다
빌 밀러는 "가치는 단순히 저PER, 저PBR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전통적인 가치주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기업이 가진 미래 현금 흐름과 경쟁력, 시장 지배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치’를 판단했습니다.
예를 들어 그는 2000년대 초 기술주에 투자했는데, 당시 많은 가치투자자들이 버블로 여겨 회피했던 섹터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마존, 구글과 같은 기업들이 미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현대적 가치주’라고 판단해 과감히 투자했고, 이 선택은 시간이 지나 빛을 발했습니다.
2. 시장을 이기는 데 필요한 건 유연성
밀러는 '융통성 있는 가치투자자'를 자처했습니다. 그는 한 번 정한 스타일에 갇히기보다는, 시장의 변화에 따라 자신만의 기준을 유연하게 조정할 줄 알았습니다.
특히 IT 버블 직후 대부분이 기술주에서 손을 뗐을 때, 그는 과매도된 기술주에 주목했고, 반등 국면에서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그는 “투자에서 고정관념은 수익률의 적이다”라는 말을 자주 인용했습니다.
3. 리스크를 통제하면서도 받아들이는 자세
밀러는 리스크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고 수용하는 것을 중요시했습니다. 그는 분산투자와 손절매 같은 고전적 리스크 관리도 병행했지만,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투자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더 큰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 보았습니다.
그는 리스크를 정확히 인식하고, 그것이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면 기꺼이 감수했습니다. 이 점은 많은 투자자들에게 '불확실성과 위험은 다르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줍니다.
4. 숫자보다 스토리, 스토리보다 본질
빌 밀러는 수치적 분석도 중요하게 여겼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의 본질적인 경쟁력과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단순한 저평가 상태가 아니라, ‘왜 저평가됐는가’, ‘그 갭이 어떻게 해소될 수 있는가’를 깊이 고민했습니다.
예를 들어 그는 언론사 Gannett에 투자하면서 단순히 저PER이 아니라, 지역 미디어 시장에서의 점유율, 디지털 전환 전략, 광고 수익의 구조까지 고려했습니다. 이런 접근은 단기 가격이 아닌, 기업의 내재가치를 정확히 보려는 시도였습니다.
5. S&P 500을 15년간 이긴 전략의 핵심
밀러의 전략은 ‘지속적인 분석과 리밸런싱’에 있었습니다. 그는 절대 수동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유지하지 않았고, 매 분기 철저하게 구성 종목을 점검하고 변경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장기적으로 기업이 지닌 성장성과 시장 흐름에 대한 판단을 동시에 반영했습니다.
그는 정량적 데이터와 정성적 해석을 함께 사용했으며, 시장 전체보다는 개별 기업에 집중했습니다. 이 유기적인 조합이야말로 15년간 시장을 이긴 그의 진짜 무기였습니다.
6. 미국 금융위기 속 빌 밀러의 대응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밀러는 큰 손실을 입기도 했습니다. 리먼브라더스, AIG, 프레디맥 등에 대한 투자로 그의 펀드는 일시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 위기를 통해 리스크 관리에 대한 철학을 다시 정비했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시장에 대한 투자 관점을 제시하며 건재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투자자에게 실수와 실패조차도 배움의 기회로 삼는 자세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7. 성공한 투자자이자 사색가
빌 밀러는 투자자로서뿐만 아니라, 뛰어난 사색가이자 철학적인 사고의 소유자로도 평가받습니다. 그는 종종 투자에 있어 인간 행동과 심리, 철학적 질문들을 함께 다루었습니다.
그는 하워드 막스, 찰리 멍거처럼 장기적인 안목과 사고의 깊이를 중요시했으며, 투자란 수익률 이상의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투자 과정 자체에서 배움을 얻고, 자산을 통한 사회적 가치 실현에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8. 초보자에게 건네는 현실적인 조언
밀러는 초보 투자자들에게 '남들보다 더 깊이 이해하라'고 조언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수치에만 의존하기보다는, 그 수치가 의미하는 바, 기업이 처한 맥락, 그리고 시장과의 상호작용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특히 ETF나 인덱스 투자도 나쁘지 않지만, 개별 종목에 투자할 경우 스스로 깊이 있는 리서치를 하지 않으면 시장에 휘둘리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본질을 꿰뚫는 사고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조언입니다.
결론
빌 밀러는 단지 수익률로만 평가될 인물이 아닙니다. 그는 가치의 개념을 확장하고,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시장에서 꾸준한 성과를 보여준, 현대적 가치투자의 대표 사례입니다.
그의 철학은 단순한 매수와 보유를 넘어서, 유연한 전략 수립, 철저한 분석, 그리고 리스크를 수용할 줄 아는 태도에서 나왔습니다. 또한 그는 실패에서 배우고, 철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투자에 접근하는 깊이를 보여줬습니다.
시장을 이기는 방법은 하나가 아닙니다. 하지만 빌 밀러의 방식은 우리에게 분명한 하나의 해답을 줍니다. '가치를 보는 눈을 넓히고, 본질에 집중하며, 유연하게 사고하라.'
그의 투자 철학은 지금도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깊은 통찰을 제공하고 있습니다.